공동체 라디오 여행! ① 관악FM의 '라디오 서점! (08.05.02)
공동체라디오/공라 여행 2008/05/13 00:05오늘은 관악FM(http://www.radiogfm.net)의 '라디오 서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2008년, 글 읽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시대
"하늘~천 땅~지" 옛날 서당은 이렇게 글 읽는 소리가 울려 퍼졌었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예전에는 국민학교)를 다닐 적에도 역시, '읽기'라는 수업으로 글 읽는 소리는 여전히 교실 안을 채웠다. 그런데 2008년이 된 현재의 한국에는 더는 글 읽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예전만큼 책을 읽지 않는 세태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묵독'에 익숙해진 것이다. 다시 말해, '함께 읽기'가 아닌, '혼자 읽기'를 주로 한다는 것이다. 고미숙 씨는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라는 책에서 "소통에의 욕구 없이는 낭송이 불가능하다."라고 하였다. 그래서일까. 소통되지 않는 읽기가 '대세'를 잡은 현실에서, 글 읽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그만큼 사람들이 책을 읽는지도 알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도, 대형 서점에서도 들리지 않는 '글 읽는 소리'가 라디오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관악FM의 '라디오 서점'이라는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다.
수다가 아닌 낭송으로 채운 라디오 프로그램
매주 금요일 오전에 관악FM에서 방송하는 '라디오 서점'은 간단히 말해서, '수다'가 아닌 '낭송'으로 채운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기존 라디오 방송에서 '연예인'들의 '수다'와 몇 곡의 '노래'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라디오 서점'은 '수다' 대신에 '낭송'으로 가득하다. 무엇을 낭송하는 거냐고? 그건 프로그램 제목인 '라디오 서점'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책에서 함께 공유하고 싶은 글'이다. 즉, '낭송'을 통해 '소통하는 라디오 방송'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2008년 05월 02일자 방송을 들으면, 화제의 책 3권과 새로 나온 책 2권을 소개한다. 단순히,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인상적인 몇몇 구절을 '낭송'하므로써 책에 대한 매력을 조금씩 맛보게 해주는 식이다. 그런 후에 책 1권을 선정해서 그 책에 대한 '글'을 읽어준다. 5월 2일자 방송에서는 이재룡 씨의 『꿀벌의 언어』의 몇 부분을 낭송했다. '글 읽는 소리'와 '노래를 부르는 소리'는 차례차례 번갈아가며 묘하게 어울렸다. 아래는 내가 '들었던 글' 중 인상 깊었던 것을 메모한 것이다.
"그는 사상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중세를 움직였던 단일원리는 기독교였지만, 당시 성경을 통독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세계의 절반이 마르크시즘에 따라 통치되었던 시절에도 그 절반의 지구인 중에서 자본론을 제대로 읽었던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신념이지만, 신념은 결코 이념에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를 추동하는 이념의 수원지는 산 속 깊은 곳에 감춰져 있고 대개 그 하류의 조그만 물줄기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 레지스 드브레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 작은 물줄기는 이념 자체가 아니라 이념의 상징적인 형상일 뿐이다. 그 상징은 말과 문자 그리고 이미지를 매개로 전달, 전수된다."
- 08년 05월 02일자, 라디오 서점 23분 즈음
"이른 아침 대학 도서관에서 사드의 소설을 읽는 것은 아무래도 쑥스러운 일이다. 대부분 취업에 연관된 실용서를 끌어앉고 있는 학생들 틈에 끼여 앉아 소설을 뒤적이는 모습은 어색하다. 더구나 눈앞에 보이는 문자가 빚어내는 마음의 풍경이 주변 분위기와 크 게 다를 경우에는 어색함이 더하다.
특히 사드가 아니라도 근래 발표된 우리의 소설은 사랑, 일탈된 욕망, 이별의 슬픔으로 점철되었다. 한참 당당한 사랑을 구가해야할 젊음을 접어두고 생계추구형 독서에 전념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사랑을 읽다보면, 남의 권리를 부당하게 훔쳐 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떤 규범이나 도덕률도 저 막강한 생계이데올로기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시대에 고작 사랑 타령이라니..라고 주변에서 눈총을 주는 것 같다. 문학은 생계 앞에서 항상 무력했다."
- 08년 05월 02일자, 라디오 서점 51분 즈음
사실, 이렇게 내가 메모한 글은 '글 읽는 소리'를 메모한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로 글 읽는 소리를 듣노라면, 단순히 활자로 이미지화된 글을 읽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그저 혼자만의 '마음속'에서 읽히던 이야기가 타인과 함께 나누고 받는 기분이랄까. 진정한 독서, 다시 말해 "글 읽기의 매력은 '낭송'이 아닐까?"라고 라디오 서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혼자 만의 '읽기'와 그들 만의 '수다'가 아닌 함께 하는 '낭송'. 이게 '라디오 서점'이 지향하는 방향일 테다.
소통의 오래된 미래, 낭송에 대해 일깨워주는 라디오 서점
옛날부터 있었던 '낭송'이라는 소통의 방법을, 관악FM의 '라디오 서점'은 다시 나에게 알려주었다. 비단, 라디오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에서의 소통 또한 '혼자 읽기' 혹은 '끼리 수다'만이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라디오 방송'의 낭송은 더욱 소중하다. 글 읽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시대에 살며 함께 '글을 나눌 사람'이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라디오 서점'을 들어보시기를 권한다.^^ 적어도, '라디오 서점'이 당신과 나누고 싶은 글을 조용히 읽어줄 테니까…….
부록 ㅡ.ㅡa
하나.
2008년 05월 02일자 라디오 서점 다시 듣기
둘.
2008년 5월 2일 라디오 서점에서 나온 책
화제의 책
새로 나온 책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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